영화제작사에 취업을 희망하는 박모(27)씨는 취업 컨설팅 결과 준비가 잘된 구직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컨설팅을 맡은 인크루트 인사담당 상무는 박씨에 대해 “만약 내가 기업의 채용담당자라면 꼭 뽑고 싶을 정도”라고 평했다.
특히 영화와 관련해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박씨의 적극성, 그리고 면접 시 자신의 생각을 꾸미지 않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솔직한 인성을 높이 샀다. 그러나 자신을 포장하는 데 서툴고 박씨가 직업의 최종 목표로 삼은 ‘한·중 합작 영화 전문 프로듀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생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함께 컨설팅을 한 한국hp 인사담당 상무는 “그저 중국에 큰 시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중 합작 영화 프로듀서가 되고자 한다면 직업 목표가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한 인사담당 상무는 “취업 목표에 걸맞은 경력을 앞쪽에 기술하는 등 경력란을 효과적으로 꾸몄다”고 평가했다. 박씨는 꿈인 영화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적합한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 장점. 지난해 영화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하며 영화 아이템을 발굴하고 기획하는 일을 했다. 박씨가 기획한 아이템은 현재 영화제작을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2009년에는 독립영화 ‘옥매트를 들어라’의 제작에 참여하며 장소를 섭외하는 등의 일을 했다. 또 대형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객 응대를 경험했다. 서 상무는 “박씨가 경험한 일들은 기획·투자·배급·제작관리·상영 등 영화 프로듀서의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며 “신입이지만 아주 신입 같지는 않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상 경력도 많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다문화 서포터즈’ 공모전에서는 ‘중국인의 지역축제 체험 도우미’ 활동으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주최한 UCC공모전에서 위원장상을 타기도 했다.
그러나 최 상무는 “수상경력이 그 자체로 장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사담당자들은 상을 탔으니 능력이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상을 탈 수 있었던 과정, 예를 들어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었는지,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수상 그 자체가 아니라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준비가 덜 돼 있다는 것이 최 상무의 평가다. 박씨가 장관상을 수상한 도우미 활동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의 지역축제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박씨를 포함해 4명이 한 팀을 이뤄 중국인 유학생들을 직접 지역축제로 안내하고 여행이 끝나면 평가를 받는 식이다. 최 상무는 “외국인에게 한국의 지역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방송을 포함해 사회 곳곳에서 활성화돼 있다”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상을 받은 진짜 이유는 아이디어 자체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씨는 “처음부터 꾸준히 계획대로 활동한 게 수상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장관상을 탈 만큼 특별한 것은 아니다. 컨설팅을 하는 동안 박씨는 이렇다 할 수상의 근거를 대지 못했다. 최 상무는 박씨 스스로 이를 찾기 어렵다면 면접에서는 도우미로 활동하는 과정 중 어려움을 극복한 내용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씨는 팀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지고 열정도 사라져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팀장이었던 박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회의 장면을 몰래 카메라로 찍고 회의가 끝난 후 같이 그 장면을 시청하게 했다고 한다.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 팀원들은 이후 좀 더 남을 배려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최 상무는 “장관상 그 자체보다 상을 타는 과정에서 보여준 이 같은 리더십이 박씨의 능력을 더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에 대한 모의면접에서 서 상무는 박씨가 자신을 잘 포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서 상무는 “포장이란 없는 사실을 가지고 억지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영화 프로듀서를 선택한 이유가 형이 영화감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이유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박씨가 수동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서 상무는 박씨가 정말 영화 프로듀서가 되길 원하는 이유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러자 박씨는 “큰 성공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같은 꿈을 꾸며 나아가는 게 인생의 목표”라고 대답했다. 영화 프로듀서가 되고자 하는 것도 “작품 하나를 위해 함께 땀 흘리는 모습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 상무는 “이런 훌륭한 생각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면접관에게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다”며 “지금처럼 친절하게 질문에 질문을 거듭해 그런 생각을 이끌어내는 면접관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박씨는 면접을 보면서 한·중 합작 영화 프로듀서가 꿈이며 앞으로의 영화산업에서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직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컨설턴트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우선 박씨가 내세우는 합작 영화 프로듀서의 중요성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단지 중국이 큰 소비시장이라 반드시 진출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라면, 그렇고 그런 목표 정도로 치부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또 비록 박씨가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다고 해도 중국 유학파보다 나은 수준은 아니다. 이런 면에서 컨설턴트들은 합작 영화 프로듀서의 꿈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상무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너무 강조하지 말고 희망 정도로 간추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 상무도 “꿈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면접이라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에 대한 콘텐트를 갖추든지 아니면 간략하게 넘어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모씨는
학력 00대 중국문화콘텐츠과 졸업(2011년 2월)
학점 3.33(4.5 만점)
외국어 토익 805점(2011년 4월)
중국한어수평고시(HSK) 5급 (2010년 10월)
경력 CJ엔터테인먼트 기획인턴(2010년 3~8월)
단편영화 ‘옥매트를 들어라’ 제작부원(2009년 1~3월)
안산이주민센터 중국어 통역 봉사활동 (2008년 9월~2011년 2월)
희망 직무 영화제작사 기획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