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칼럼

모 직장인의 일과.. '칼퇴'라 하지말고 '정시퇴근'이라 하세요
✍️ roycehr 📅 2016.09.20 11:02 👁 17
기사전송 2016-09-20 05:02

오늘도 오전 8시 정각 출근을 했지만, 명절후유증에다 어젯밤 11시까지 야근을 한 탓인지 몸이 나른하다. 몽롱한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원두커피를 한 잔 하려는데, 부서장이 문서작업을 지시한다. 부랴부랴 일을 마치고 휴게실로 가기 위해 일어나려던 찰나, 갑자기 부서 회의가 잡혔다는 소식을 접한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정오가 되어 먹는 둥 마는 둥 점심식사를 하고 난 뒤 잠시 눈을 부치려고 하는데 부서장의 호출이 온다. '일을 이렇게 밖에 못하냐'는 잔소리를 듣고 난 뒤 다시금 자료를 작성해 보고를 하니 어느덧 퇴근시간이다. 집에 가 샤워를 하고 잠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사무실로 와서 오늘 못한 '진짜 내 업무'를 해야 한다. 이런 ‘지옥 같은 삶’의 끝은 어디인걸까.

이는 한 중견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박모(36)씨의 일과다. 박씨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 상당수 직장인들은 야근과 보고서 작성에 치여 정작 본연의 업무는 하지 못한다. 이같은 비합리적인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우리 기업 조직은 병 들어가고 있다.

◆불필요한 업무에 치여 정작 '내 일'은 못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두번째로 긴 한국에서 인제야 새로운 캠페인이 시작됐다."

이는 BBC가 최근 한국 정부가 일·가정 양립 캠페인에 나섰다는 캠페인을 보도하면서 한 말이다.

20일 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1770시간) 보다 354시간 길다.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번째로 긴 편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최근 일·가정 양립 문화를 확산하겠다면서 △휴가사유 없애기 △근무시간 외 전화·문자·메신저 등 연락 자제하기 △일·가정 양립 저해어와 권장어 선정 △CEO 직접 참여 기업문화 개선 등 4가지 캠페인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와 함께 내건 캠페인은 사실 우리 직장문화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법으로 정해진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가고, 퇴근 이후에는 업무와 관련한 연락을 자제하는 등의 실천이 목표다.

◆눈치 보지않고 연차 쓸 수 있는 직장 있나?

올 초 대한상공회의소와 매킨지가 발표한 국내 100대 기업, 직장인 4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문화 보고서는 우리 사회에 습관화된 야근 실태를 고발한다.

주5일 기준으로 평균 야근 일수는 2.3일. 3일 이상 야근한다는 사람도 43.1%에 달했다. 물리적으로 퇴근한 후라도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86.1%는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업무를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시간 외 업무 목적으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은 평일 하루 86.24분으로 조사됐다. 휴일에는 95.96분에 달했다. 일주일간 무려 11시간 이상 스마트폰으로 '초과근무'를 하는 셈이다.

◆ 직장인들 일주일동안 11시간 이상 스마트폰으로 초과근무

일과 가정 양립의 핵심인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더욱 어렵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575명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3%가 육아휴직 사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회사에서 눈치를 줘서(57.1%) △복귀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42.1%) △대체 인력이 없어 업무 공백이 커서(38.6%) △인사고과에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서(34.9%) 등을 주로 들었다.

취업준비생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카페에는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좋은 기업'을 찾는 글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연봉이 높은 대기업과 연봉이 높진 않지만 '워라밸'이 좋은 기업 중 어느 곳을 택해야 할지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도 많다.

과거 단순히 대기업이나 연봉을 잣대로 직장을 고르던 것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기업들도 달라지고 있다. 정부 캠페인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업 등 현장의 호응이 필수인데, 기업들이 올해 들어 잇따라 조직문화 혁신을 선언하는 등 공고해 보였던 현실에 조금씩 균열 조짐을 보여 기대를 걸어 볼만하다.

◆무조건 연봉 높은 대기업이 좋다? '이젠 옛말'

최근 인사제도 개편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매월 21일 급여 지급일을 '패밀리데이'로 정해 야근·회식 없이 임직원의 정시 퇴근을 독려하고 있다.

LG전자는 임직원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팀장 없는 날 △회의 없는 날 △플렉서블 출퇴근제 △안식 휴가제 등을 도입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직원 복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기업들 생산성과도 직결된다. 업무 효율을 높여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 직원들은 만족도를 높여 삶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실제로 근로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의 92.8%는 유연근무제 시행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그 효과로 △생산성 향상(92.0%) △이직률 감소(92.0%) △인재 확보(87.3%) 등을 지목했다.

◆조직문화 변화, CEO 의지 절대적으로 중요

문제는 일회성 시도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안착하느냐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의 인식 변화가 급선무다. 대한상의는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서는 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연근무제 등의 제도가 실제 효과를 보려면 CEO와 임원 등 기업 수뇌부의 역할이 중요하며, 실무직원들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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